강릉의 규방 문화자산인 ‘강릉자수’를 만나보세요!
Overview

깁스토리랩 + 강릉자수 이야기

"Give" 주다 + "깁다" 우리말 = 강릉자수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을 깁고 전해드리기 위한 이야기, 체험, 소식 등을 공유합니다.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강릉자수는 강원도 강릉지방의 전통자수를 일컫는 것으로,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 가족을 향한 가장의 사랑, 부부의 사랑 등 가족에 대한 염원을 담은 추상문양 자수이다. 행운과 번영, 번창 등을 뜻하는 화목문과, 장수, 안녕 등을 뜻하는 색실누비문 두 종류로 나뉘며, 강릉의 지형・전통・스토리 등을 모두 담고 있는 강릉의 규방문화이다.

[화목문-강릉수보자기]

화목문은 화수문이라고도 하며 꽃 화(花) + 나무 목(木) + 문양 문(文) 세 글자가 합쳐진 것으로 화목(和睦)의 첫 글자가 꽃과 음이 같아서 가정의 화목을 빌기 위한 문양을 화목문이라고 한다. 다른 지방은 대게 꽃으로 화목문을 디자인 하는데 비해, 강릉지방은 나무로 화목문을 디자인 하였다. 화목문이 수놓인 곳은 혼례용 수보자기이다. 혼례를 올리는 신랑과 신부의 화합과 화목을 빌며, 다산, 수복, 벽사 등의 염원을 압축해서 한가득 넣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강릉자수 문양의 특징은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추상성, 구도, 구성이다.

* 추상성 : 문양이 직관적이고 사실적인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통자수와는 달리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추상적이고 독창적인 모양새를 갖고 있다. 어떤 이는 고사리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야자수다, 해초다 별의별 추측이 다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나뭇가지에 잎이 무성하게 달려있고, 그 사이를 새들이 날아다니는 형상이 공통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형상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구도로 되어있다.
* 구도 :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구도는 조선시대 지도에서 등장하는데, 지도는 남성이 직접 여행을 다니며 지리를 확인하고 표기하여 합친 것이다. 여성은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장기간 여행하며 숲을 보고 연구할 수 없으니 전적으로 상상에 의존하여 표현한 것이며, 하늘에서 내려다 본 구도를 통해 혼례날 신랑 신부를 하늘(=신)이 굽어 살펴 주기를 바라는 의도도 숨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 구성 : 수보자기는 마치 태극기처럼 면의 네 귀와 중심에 문양을 배치하거나 나뭇가지를 별(*)모양, 열십자(+), 엑스자(×), 밭고랑의 형상같은 도안 (), 포장지처럼 자유롭게 면을 채운 것 까지 ‘패턴’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시대 자수는 초충도나 화접도처럼 어떠한 대상을 보고 그대로 옮겨 수놓았거나 풍경을 보고 산수화를 표현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의미의 강조를 위해 배경을 생략하거나 곤충 수를 늘리거나 하는 경우는 있어도 아예 상상에 의존해서 표현하는 경우는 용이나 신수, 불교자수 정도이며, 이 같은 경우도 도안이나 다른 작품이 많아서 보고 할 참고서가 많았다. 이에 반해 강릉자수는 현존하는 도안 유물도 없을뿐더러, 모두가 다른 디자인이다(같은 디자인의 유물이 없다).
* 이야기 : 강릉수보는 혼례 때 사용했기 때문에 상당히 공을 들여 2~3개월의 공정 끝에 완성해 보낸다. 일반적으로 강릉수보는 소색의 면보에 수를 놓으며, 견직물로 된 것도 있다. 요즘말로 표현하자면 “플렉스했다.”고 할만한데, 금이나 옥 등 고가의 보석들로 혼수를 해 보낼 형편이 아닐 경우 선택한 가장 화려한 혼수 제작 방법이 자수였기 때문에, 하나뿐인 자식 사돈 집에 낮게 보이지 않으려 힘을 썻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수보자기에는 새들이 많이 보이는데, 오리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실존하지 않는 알록달록한 길조들이다. 예로부터 오리는 하늘,땅,물속까지 평정(?)한 새라서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라고 여겼기 때문에 오리의 형상에서 출발한 신수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길조가 강릉수보에는 많게는 40~50여마리까지 등장하는데, 어머니의 한없이 크고 깊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염원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런 스토리를 들으며 강릉수보를 보시는 분들 중에는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다. 얼마나 자식 걱정이 컷으면 저렇게 빼곡이 수를 놓으셨겠냐면서...

강릉수보자기가 대외적으로 등장했던 사례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 때 강릉수보를 표구하여 액자로 선물했던 것인데, 수를 놓은 작가가 불교자수 작가인 이정숙 선생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관광홍보상품 공모에서 임영보자기연구회(임영=강릉의 옛 지명) 회장 박인숙 작가의 안경클리너(본인의 수보자기를 촬영하여 DTP한 상품)가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강릉수보자기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화목문-버선본집]

버선본집도 같은 예이다. 혼수품중에 하나였던 버선본집은 말 그대로 버선본을 보관하기 위한 집인데, 가로세로 20cm안팍의 보의 귀 끝을 중심을 향해 접어서 고정하여 생긴 공간에 버선본을 넣는 것이다. 겉에서 보면 마치 딱지치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모양새이다. 접고 나면 겨우 성인 손바닥 크기정도 밖에 되지 않는 면 안에 길상 문양을 수놓아 혼수로 보내는데, 강릉의 화목문은 그 안에서도 엄청난 압축미를 자랑하며 조화롭게 수놓아져 있다. 볼수록 엄마 생각에 눈물나는 물건들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화목문-강릉수주머니]

관동주머니라고도 불리며, 우리나라 복주머니 중 유일하게 지명이 붙은 주머니이다. 우리나라 복주머니는 두루주머니와 귀주머니 두 가지로 나뉘는데, 두루주머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둥근 모양으로 아녀자나 일반 백성들이 주로 사용했다. 귀주머니는 마치 삼각 플라스크처럼 각진 형태인데, 남성들이나 양반들이 주로 사용했다. 강릉수주머니는 이 두가지를 합친 형태로 입구는 귀주머니형이고 몸통은 두루주머니 형이다. 입구를 여몄을 때 모양이 배의 닻과 같다 하여 닻주머니, 어부주머니라고도 불리는데, 어부들이 바다에 나갈 때 주머니 안에 부적을 넣고 입구를 꼭 묶어 품에 넣어 다녔다고 한다. 닻은 배가 떠내려가지 않고 정박하게 해주기 때문에 어부의 안전을 비는 의미로 주머니 자체가 또 하나의 부적의 역할을 했으므로 어부들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대상이 어부들이기 때문에 주로 면직물에 수를 놓아 만들었고, 견직물로 된 것은 조선 후기~대한제국 시기쯤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실용적이기보다는 귀한 물건을 주는 의미로 견직물을 사용한 듯하다. 강릉주머니에 강릉화수문이 적용된 것은 조선 중기 이후~조선말기로 보이는데, ‘사임당 빛의 일기’드라마에서 보면 이태리로 떠나는 이겸(송승헌)의 안녕을 빌며 사임당(이영애)이 준 선물에 강릉주머니가 등장한다. 아직 화수문을 사용할 시기는 아닌지 패랭이 꽃을 수놓아 선물한 것으로 나오는데, 드라마 자체가 픽션이 많아 고증이 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조선 중기 이전의 유물이 발견된 사례가 없어 강릉수주머니에 화수문을 넣은 것은 조선 후기 쯤 인 것으로 보인다.

[강릉색실누비]

강릉색실누비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색실누비’였다. 우리나라 규방 기법 중에 하나로만 여겨져 오다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치러지던 2월 발간된 '강릉색실누비'도록을 통해 ‘강릉색실누비’라는 명칭이 학계에 공식 발표되었으며, 2019년 12월 한국복식과학학 전공 지수현 교수에 의해 색실누비의 탄생지가 강원도 강릉지방이라는 ‘지역성’을 고증했고, 무명의 문화유산으로만 남아있던 강릉색실누비의 이름을 찾게 되었다.

강릉색실누비는 쌈지, 안경집, 바늘집, 버선본집, 베겟모 등 소품에서 보이는데 기법 때문에 옷에는 쓸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강릉색실누비는 일반적인 누비와는 달리 솜을 넣지 않고 한지끈을 넣는다. 지리적 특성상 습도가 높아서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어부들이나 해안가 주민들이 쌈지에 담배나 부싯돌 등을 싸자기고 가면 눅눅해져 쓰기 어려우니, 집안의 여인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솜대신 한지를 넣었고, 때가 덜 타고 덜 닳게 하기 위해 한지를 3mm안팎으로 꼬아 겉감과 안감 사이에 넣어 색실로 한지끈 사이사이를 온박음질 하였다. 지금처럼 닥섬유가 있던 시대도 아니고, 당연히 세탁이 불가능하기에 의복에서는 나올 수 없는 기법인 셈이다.

여러 소품들 중 쌈지가 주로 유물로 남아있는데, 동양자수박물관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이 강릉색실누비 쌈지는 별명이 두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숨쌈지’이다. 공정 자체가 손가락이 무척 아프고 장시간 집중하여 힘을 주고 바느질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도 무척 느리고 힘들다. 쌈지 하나 완성하려면 한 달 이상 꼬박 해야 하는데 만들자니 한숨만 나더라 하여 ‘한숨쌈지’ 이기도 하고, 남편이 일나갔다 와서 다른집 아내가 만들어준 쌈지와 비교하며 구박하면 속상함에 한숨쉬었다 하여 ‘한숨쌈지’이기도 하다. 또 다른 별명은 ‘눈물쌈지’인데, 어부의 어머니나 아내들은 해양구조대도 없던 시절 날씨가 안 좋을 때 바닷일 나간 아버지, 아들 또는 남편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마침 다 닳은 쌈지를 새것으로 만들어주려 열심히 바느질을 하며 기다리다가, 가족의 사고 소식을 들으면 손에 들고 있던 쌈지천을 들고 울었다 하여 ‘눈물쌈지’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강릉색실누비가 대외적으로 크게 알려진 사례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포스터 공모에서 강릉색실누비문양을 시각디자인(일러스트)으로 표현한 포스터가 대상을 수상하여 현재 올림픽조직위IOC를 통해 올림픽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